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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건... 내 뜻대로 살아지는 게 아니었다
 홈피지기  | 2010·11·01 11:40 | HIT : 2,059 | VOTE : 576 |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엄마는, 내 엄마는, 나와 언니의 엄마는, 나와 언니와 작년 여름 먼저 떠나버린 동생의 엄마는, 2010년 10월 26일 오후 5시, 혈액종양내과 진료실 대기실에서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나는 모릅니다. 나와 언니는 엄마의 그 마음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작년 여름 먼저 떠나버린 동생은, 어쩌면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지친 엄마 옆에 앉아서 엄마의 손을 잠시 잡아주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엄마, 힘내!!!'라고 말하면서 엄마를 꼭 안아주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엄마는 지난 화요일 오전 9시 30분 차를 타고 서울에 왔습니다. 오후 4시 40분 외래진료가 예약되어 있었고, 오후 2시 20분에는 피검사를 해야 하니까, 적어도 오후 1시 20분까지는 서울에 들어와야 합니다. 거의 한 달 반 만에 잡힌 외래 예약이어서, 엄마는 새벽부터 움직였을 것입니다. 엄마는, 힘들어서 가장 긴 나들이가 동네에 있는 시장에 가는 게 전부인 엄마는, 오랜만의 서울 방문에 없던 힘까지 짜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힘들어도, 엄마에게 '서울에 있는 병원 방문'은 안도감이자 희망이었습니다. 작년 여름 암으로 우리 곁을 먼저 떠난 동생이,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진주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옮겼을 때, 그때는 이미 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걸, 엄마 역시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엄마에게 서울에 있는 병원에 다닌다는 것은, 살 수 있는 희망이었습니다.

 

'나도 다 안다', 어쩌면 엄마는...

 

그러나 내가 예상했듯이, 의사는 '연고지 병원으로 옮기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먼 서울나들이를 한 엄마는 피를 한 번 뽑았고, 엑스레이 사진을 한 장 찍었고, 연고지 병원 혈액종양내과로 병원을 옮길 수 있도록 진료의뢰서를 받았습니다. 그게 전부였습니다.

 

엄마에게 남겨진 시간이 고작 2, 3개월일 거라는 의사의 말을, 엄마가 그나마 기력이 있을 때 주변을 정리하실 수 있도록 말씀을 드리라는 의사의 말을 가슴속에 꼭꼭 숨기고, 큰일 아닌 듯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딸의 모습을 보면서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나도 다 안다.' 어쩌면 엄마는, 이 얘기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7월 29일 엄마 생신날- 엄마와 조카.
ⓒ 이지아
엄마

몇 달 전, 오랜만에 <오마이뉴스>에 로그인을 했습니다. 모 방송국에서 보낸 쪽지가 있더군요. 내가 예전에 쓴 글에 나오는 동생과 연락을 취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내 글을 몇 개만 더 읽었더라도 동생이 먼 여행을 떠났다는 걸 알 텐데, 참 무성의한 사람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링크 걸어놓은, 2년 전 쓴 글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한 문장에서 눈이 멈췄습니다. 

 

"병이 재발하고 동생은 종종, 자기 소원은 하루라도 엄마·아빠보다 오래 사는 거라고 이야기 합니다. 엄마 가슴에 큰 못을 박을 수 없다고. 자기가 만약 암으로 죽게 된다면, 엄마도 그 충격으로 암에 걸릴지 모른다고 말입니다." (2008년 5월 7일자 기사 "암세포 작아졌어요"... 동생의 어버이날 선물 - 오마이뉴스 )

 

이 글을 쓰고 1년 3개월 뒤에 동생은 엄마, 아빠보다 먼저 떠나버렸고, 그리고 4개월 뒤 엄마는 동생의 말처럼 암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동생의 말과는 달리, 동생이 떠나기 전 이미 엄마 몸에도 암세포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론은 똑같은 거지요. 엄마는 동생이 말했던 것처럼 암이라는 큰 병을 얻었습니다. 

 

작년 여름, 동생을 먼저 보내고,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비록 각자의 가슴에 큰 아픔과 상처를 안고 살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우리도 남들 사는 것처럼 살겠구나, 하고요. 언니는 남들처럼 곧 학부모가 되고, 가끔은 할머니 손에 손녀 점심을 부탁하기도 하고, 엄마와 아빠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즐거움을 맘껏 누리고, 두 분이 여행도 다니시고, 엄마 환갑쯤에는 엄마 모시고 온천 여행이라도 다녀오고. 그렇게 살면 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삶이란 건... 내 뜻대로 살아지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삶이란 건, 참 내 뜻대로 살아지는 게 아니었습니다. 내가 바라는 대로 살아지는 삶이라면, 동생을 먼저 보내지도 않았겠지요. 내 의지로는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일, 돈이 많다고 해서 어떻게 해 볼 수도 없는 일, 잠 안 자고 노력한다고 해서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일,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너무나 기가 막히고, 화가 나고, 믿고 싶지 않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암 판정을 받은 지 9개월여 만에,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는 더 이상 엄마에게 항암치료가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엄마는, 당신의 두 다리로 계단을 걷고, 당신의 딸이 서울에 가져가서 먹을 수 있도록 오징어채 무침을 만들고, 고들빼기김치까지 담그는데, 왜 당신이 연고지 병원으로 내려가야 하는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마약 진통제를 복용하고 마약 패치를 붙이고서도 통증을 느끼시는 엄마는, 당신 두 다리로 걷고 세탁기를 돌려서 빨래를 널고 개는 엄마는, 통증보다는 자잘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데 더 의미를 두시는 거 같습니다. 그러니 엄마는, 지난주 고향 집에 다녀가는 내게 "다음에는 설이나 되어야 집에 오겠네" 하고 말씀하십니다.

 

  
9월 9일 엄마의 서울 병원 방문 때... 점심 먹으며.
ⓒ 이지아
엄마

그러나, 내 엄마는, 나와 언니의 엄마는, 나와 언니와 작년 여름 먼저 떠나버린 동생의 엄마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미 알고 계신지도 모릅니다.

 

아빠가 쉽게 세탁기에 돌릴 수 있도록 이불을 전부 바꾸신 엄마는, 그동안 잘하고 다니지도 않았던 반지며 팔지며 목걸이를 누구누구에게 줄 것인지 이야기하시는 엄마는, 당신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무엇무엇을 태우라고 말씀하시는 엄마는, 이미 다 알고 계신지도 모릅니다.

 

이런 대답도, 저런 대답도 하지 못하는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는, 이 글을 씁니다.

 

인생은, 예측불허의 일을 맞이하고, 예측불허의 일을 하나하나 견뎌내면서, 예측불허의 일들이 일어나도 더 이상 당황하지 않는 과정이구나, 생각하지만, 오늘도 나는 내게 주어진 삶 앞에서 당황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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